일본의 도시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심각한 사회적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방 도시들은 점차 쇠퇴하고, 기존 인프라의 유지비용은 늘어가는 가운데, '컴팩트 시티'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컴팩트 시티란 무엇이며, 일본의 교통계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교통계획의 관점에서 이 혁신적인 도시 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교통계획에서의 컴팩트 시티
컴팩트 시티는 도시 기능을 집약하고 대중교통으로 연결하는 도시 계획 모델입니다. 주거, 상업, 업무, 의료, 교육 등 주요 도시 기능을 일정 구역에 집중시키고, 이들 지역을 효율적인 대중교통 네트워크로 연결합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도시 관리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개념입니다. 일본에서 컴팩트 시티가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심각한 인구 문제가 있습니다. 2010년대 이후 일본의 많은 지방 도시들은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로 인해 도시 기능의 유지가 어려워졌습니다. 넓게 퍼진 도시 구조는 인프라 유지비용의 증가, 교통 서비스의 악화, 주민 편의시설의 접근성 저하 등 여러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컴팩트 시티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교통계획 측면에서는 '대중교통 지향형 개발(TOD: Transit-Oriented Development)'과 맞물려,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 대중교통, 도보, 자전거 등의 활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는 환경 부담 감소, 에너지 효율성 증가, 그리고 고령자들의 이동성 확보라는 다중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일본의 컴팩트 시티가 단순한 '축소' 개념이 아닌 '재구성'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것입니다. 도시 전체를 일률적으로 압축하기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도시 기능을 재배치하고 연결망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유연한 접근은 한국의 다양한 도시 상황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컴팩트 시티 성과
일본에서 컴팩트 시티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도시는 토야마시입니다. 토야마시는 2006년부터 '공공교통을 활용한 컴팩트 시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시내 중심부와 주요 생활거점을 LRT(경전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으로 연결하는 '도미나미선'을 개통하고, 대중교통 노선 주변에 주거, 상업, 의료 시설을 집중시켰습니다. 토야마시의 접근 방식은 '다극연계형 컴팩트 시티'로, 하나의 중심지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생활권을 대중교통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기존 도시 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점진적으로 도시 기능을 집약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었습니다. 이 정책의 결과, 토야마시는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 중심시가지 활성화, 고령자의 외출 빈도 증가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특히 교통계획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단순히 대중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계획과 연계했다는 것입니다. 토야마시는 대중교통 중심축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주택 보조금을 지원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공공시설을 집중 배치했습니다. 또한 고령자를 위한 '노인 패스' 같은 요금 할인 제도를 도입해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했습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 컴팩트 시티 정책의 성공 요인이었습니다. 컴팩트 시티는 단기간에 완성되는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적 비전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도시 발전 전략입니다. 교통체계는 이러한 컴팩트 시티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시민들의 이동성과 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환경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특성에 맞는 컴팩트 시티 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해 나간다면, 보다 지속가능하고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컴팩트 시티의 과제와 전망
컴팩트 시티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과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대중교통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편의성 확보입니다. 아무리 도시 기능이 집약되어도 이를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면 시민들은 여전히 자동차를 선호할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철도, 버스, LRT, 온디맨드 교통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합적으로 연계하고, 환승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둘째, 교통과 토지이용의 통합적 계획입니다. 컴팩트 시티는 교통 인프라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주거, 상업, 의료, 교육 시설 등이 대중교통 결절점 주변에 적절히 배치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입지적정화계획'은 이러한 통합적 접근을 법제화한 사례로, '도시기능유도구역'과 '거주유도구역'을 설정하여 도시 기능의 집약을 유도합니다. 셋째, 기존 시가지의 점진적 전환입니다. 이미 형성된 도시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장기적 비전 아래 단계적으로 도시 구조를 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일본에서는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특정 지역에 공공투자를 집중하고, 도시 외곽의 개발을 억제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의 컴팩트 시티는 더욱 '스마트'해질 전망입니다. ICT를 활용한 MaaS(Mobility as a Service), 자율주행 대중교통, 온디맨드 교통 서비스 등 첨단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편리한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인프라 구축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도시 운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컴팩트 시티 모델은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급속한 고령화와 지방 도시의 쇠퇴라는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험은 단순히 물리적 인프라 구축이 아닌 도시구조와 교통시스템의 통합적 접근, 그리고 시민들의 생활양식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함을 보여줍니다.